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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백기억

어디서 부터 나는 바닷물 처럼 차갑게 흔들렸을까. 때론 다채로운 풍경들 사이에서도 잘 보이지 않는 사람이었는데, 그냥 고요한 공기속에서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이 나를 두고 싶었을 뿐 가끔 요동치는 그 무엇인가가 내 안을 두들겨도 나는 그저 땅바닥 돌들처럼 가만히 있었다. 그 누가 다시 나를 깨우고 바라보아도 바람소리들 처럼 귓속말 해도 . . . 멀리 사라져가기를 지켜 볼 뿐, . . . . 그저 나는, 마음의 동요를 버리고. 그냥 바라보기만 했었다. . . . . . 남은 것은 엉킨 마음과 고독 정제되거나 목구멍으로 소화되지 않는 그 무엇들. 나는 그것들을 천천히 삼키다가 고개를 들고 좌 우로 한번 흔들었을 뿐. . . . . 다시 변변치 못한 일상으로 번져지고 있었다.

창작/사진 2018.03.19

접속

너무나 유명했던 영화를 이제서야 제대로 처음 봤다랄까. 하긴, 열정 넘치는 20대에는 이 영화가 내겐 조금..더디고 완전히 공감하기엔 일렀을 수도 있겠다. 나는 동현이라는 캐릭터 보다는 수현이라는 캐릭터에 더 감정 이입이 되었다. 길게 지속된 외로움에 누가 필요해서 나에게 관심을 갖는 사람과 충동적으로 잠자리를 가져 관계를 복잡하게 하는 일시적 나눔같은 연애로 현실을 환기했던 동현이라는 캐릭터 보다, 외로워도 혼자 꿋꿋하게 정당하게 조용하게 하지만 담담하게, 꾸준히 자기 감정을 느림보 거북이처럼 한발한발 딛어나가는 수현이라는 캐릭터가 부끄럽지만 나와 더 닮았다랄까. 수현이라는 캐릭터가 성별만 바뀌어 나를 보는 느낌이었다. 항상 담담한 행동으로 자신의 길을 걸어나가는 수현을 만난 동현은 오히려 행운이 아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