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내가 좀 살아야 겠어.

우주활공기 2023. 6. 13. 23:07

작년 10월경 부터

꾸준하게 마음을 다쳤다.

꽤 잔잔하게, 그리고 다양하게 다쳐서, 아물 때 쯔음에 새로운 장르로 다치는 일이 많아

꽤 곯게 되었다. 정말 심하고 아프게 곪고 있었다.

 

타인이 싫어진 것을 넘어서, 어디에서든 어느곳이던지 다치지 않으려고

덩치에 어울리지 않은 고독한 그림자가 되어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심각한 질병이었고, 외면적으로는 보이지 않을 만한 상처였지만

마음속 내내 공허한 울음만을 소리내고 있었다.

아니, 사실은 지금도 그러고 있다.

 

활자로도 쓰기 싫은 외로움을 늘 흘리고 다녔는지

억지로 기분 좋은 척을 하려 했고, 좋은 모임에도 나가 사람들과 기분 좋은 느낌을 가진채로 어울려보고

꽤나 활달한 내가 되보려 했지만, 나의 상태와 마음의 장르는 어디 떠나가지 않았다.

 

늘 외로웠다. 생활 속에 살지만, 마시고 싶지 않은 공기를 늘 들이켜 마시는 기분이었다.

그렇게 하루하루를 보내고 나면,

어두운 마음, 영업직으로 능숙하게 밝은척을 했던 하루가, 침대에 누워서는 왜이렇게 힘들던지.

 

 

언제부터인가 이렇게 마음이 무성한 회색이 되었을까

나는 잿빛으로 휘발되기 전에

다시 이 공간에 글을 쓰고 싶었다. 

더 곪아지면, 재활할 수 없을 것 같은 마음의 두려움이 커졌다.

 

 

내가 많이 어둡더라도, 그것을 나라는 존재로 인식하며, 밥을 먹는 이유를 대견해 하며,

내가 나를 부축해야지.

 

일기를 쓰지 않고 사는 삶은, 어제의 나를 자꾸 기억상실증으로 돌려 놓는 것 같아서

그렇게 하루를 쓰레기 치우듯 버리고 살고 싶지 않았다.

 

나는 잘못한게 없어.

그러니까,

아니 이제,

내가 좀 살아야겠어.